지급공사로 건축비를
낮출 수 있을까?
시공사 선정 직전, 많은 건축주들이 묻습니다. "타일이나 창호는 제가 직접 사면 더 싸지 않나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그 구조를 이해해야 손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설계를 어느 정도 마치고 시공사 선정 단계가 가까워지면 건축주들이 종종 이런 질문을 합니다.
"타일이나 창호는 제가 직접 사면 더 싸지 않나요? 지급공사로 분리하면 건축비가 낮아질까요?"
틀린 질문이 아닙니다. 절감 효과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그 효과를 온전히 가져가려면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구조를 모른 채 진행하면 아낀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집니다.
지급공사란 무엇인가
지급공사(支給工事)는 건축주가 자재나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공사에 제공하고, 시공사는 설치·시공만 담당하는 방식입니다. 지급자재라고도 부릅니다.
건축주가 직접 조달하는 대표적인 품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맞는 절반 — 공사비는 생각보다 더 많이 빠진다
지급공사를 하면 공사비가 낮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자재 단가만 빠지는 게 아닙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시공사가 제출하는 원가계산서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건축공사비 원가계산서는 자재비를 기준으로 간접비, 일반관리비, 이윤이 비율로 연동되어 있습니다.
| 항목 | 구성 방식 |
|---|---|
| 직접공사비 | 자재비 + 노무비 + 경비 |
| 간접공사비 | 직접공사비 × 일정 비율 |
| 일반관리비 | (직접 + 간접) × 일정 비율 |
| 이윤 | (직접 + 간접 + 관리비) × 일정 비율 |
| 공사비 총액 | 위 항목의 합산 |
특정 자재나 공정이 빠지면 — 해당 항목만 빠지는 게 아닙니다. 그 자재비를 기준으로 위에 얹혀 있던 간접비·관리비·이윤이 연동해서 함께 줄어듭니다. 결과적으로 자재 단가보다 더 큰 금액이 공사비 총액에서 제거됩니다. 절감 효과는 분명히 있고, 그 효과는 단순한 마진 몇 퍼센트가 아닙니다.
틀린 절반 — 그 절감을 갉아먹는 구조
지급공사를 진행하는 순간 새로운 비용과 리스크가 함께 발생합니다. 이 네 가지를 모르고 진행하면 절감액보다 손실이 커집니다.
자재는 건축주 것, 시공은 시공사 것 — 분리된 순간 하자 책임도 함께 분리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시공사는 "자재가 문제"라 하고, 건축주는 "시공이 문제"라 합니다. 실제로 건축주가 직접 구매한 타일을 시공했는데 완공 후 들뜸 현상이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시공사는 타일 흡수율 문제라 했고, 건축주는 시공 불량이라 했습니다. 결론은 건축주가 별도 비용으로 재시공했습니다. 자재비에서 아낀 금액보다 재시공 비용이 더 나왔습니다.
단독주택 공정은 순서가 맞물려 있습니다. 타일이 하루 늦으면 타일공이 대기하고, 창호가 늦으면 외부 마감이 멈춥니다. 지급자재 납기 하나가 전체 공정을 며칠씩 밀어냅니다. 시공사 인건비는 고정비입니다. 대기 일수가 늘어나면 그 비용은 어떤 형태로든 건축주에게 돌아옵니다.
건축주가 고른 제품이 설계 도면의 치수나 배관 위치와 맞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온라인에서 직접 구매한 세면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배관 위치가 제품 스펙과 달랐던 사례가 있습니다. 배관 수정과 제품 교환 모두 추가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제품 선택 전에 치수를 확인하는 과정이 없었던 결과였습니다.
많은 시공사들이 지급자재 설치에 대해 별도 시공비를 청구합니다. 자신들이 공급하지 않은 자재를 설치하는 데 따른 책임 부담을 비용으로 환산하는 것입니다. 이 항목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으면 공사 중간이나 완공 후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원가계산서에서 빠진 금액과 이 네 가지 비용을 합산했을 때 실제 절감액이 얼마나 남는지가 진짜 계산입니다.
조건이 갖춰지면 지급공사는 합리적이다
지급공사를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절감 효과는 분명히 존재하고, 조건이 갖춰지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핵심은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는 것입니다. 시공사와 계약 전에 아래 내용을 협의하고 계약서에 반영해야 합니다.
- 지급자재 품목과 범위 — 어떤 품목을 지급공사로 할 것인지 목록으로 명확히 특정
- 납기 기준일과 지연 시 책임 소재 — 납기 지연으로 인한 공정 대기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 하자 발생 시 책임 구분 기준 — 자재 불량과 시공 불량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 지급자재 시공비 포함 여부 — 별도 청구 항목인지, 계약 금액에 포함인지
- 규격·사양 사전 확인 절차 — 누가, 언제, 어떻게 치수와 스펙을 검토할 것인지
이 내용이 계약서에 들어가 있다면 지급공사는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항상 구두 합의만 하고 넘어갔을 때 발생합니다.
"절감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그 효과를 온전히 가져가려면
계약서가 먼저입니다."
지급공사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를 모르고 진행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떤 품목이 지급공사에 적합한지, 계약서에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 — 시공사 계약 전에 건축사와 함께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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