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기본설계는 집의 80%가 결정되는 단계입니다. 이 시기를 수동적으로 넘기면 완공 후 "왜 이렇게 됐지?"라는 후회가 시작됩니다. 건축주가 능동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12가지 항목을 정리했습니다.
많은 건축주가 기본설계 단계에서 도면을 "확인"하는 데 그칩니다. 건축사가 그려온 평면을 보고 "좋아 보인다"고 승인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이 단계는 단순한 확인이 아닙니다. 배치·규모·공간 구성·창호·외장재까지, 이후에는 바꾸기 어렵거나 바꾸면 큰 비용이 드는 결정들이 이 시기에 집중됩니다. 기본설계는 건축사의 제안을 검토하고, 건축주가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건물이 대지 위에 어떻게 놓이는지는 채광·조망·프라이버시·바람길·이웃과의 관계를 모두 결정합니다. 배치도를 처음 받았을 때 가장 집중해서 봐야 할 도면입니다.
- 건물 방향 — 남향 우선인지, 조망 방향 우선인지
- 마당 위치 — 전면 마당 vs 후면 마당
- 주차 위치 및 진입 동선
- 이웃 건물과의 시선 관계
- 도로에서 현관까지의 거리와 방향
- 거실 창에서 어떤 풍경이 보이는가
- 마당이 하루 중 햇빛을 언제 받는가
- 이웃집 창과 우리 집 창이 마주보지 않는가
- 차량이 후진 없이 진출입할 수 있는가
- 현관이 도로에서 바로 보이지 않아도 되는가
남향이 무조건 정답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향을 선택했을 때 어떤 트레이드오프가 생기는지 이해하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배치 변경은 기본설계 이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기본설계에서 총 연면적과 층수가 확정됩니다. 이 숫자가 공사비의 가장 직접적인 변수입니다. "조금 더 넓게"를 반복하다 보면 설계는 예산을 초과하고, 실시설계 단계에서 다시 줄이는 일이 생깁니다.
- 총 연면적 (법적 상한과 예산 상한 동시 확인)
- 층수 — 1층 단층 vs 2층
- 각 공간의 면적 배분
- 방 개수, 화장실 개수
- 다락 활용 여부 (연면적 미산입 요건 확인)
- 거실과 주방 중 어느 쪽을 더 크게 쓸 것인가
- 방이 하나 늘면 공사비가 얼마나 오르는가
- 화장실 2개 vs 3개일 때 실생활 차이
- 2층으로 올리면 1층 단층 대비 공사비 차이
- 현재 가족 수 기준인가, 10년 후 기준인가
연면적 10㎡(약 3평) 증가는 구조·마감 수준에 따라 1,000만~2,000만 원의 공사비 증가로 이어집니다. "조금 더"를 여러 번 반복하면 당초 예산의 20~30%를 초과하는 일이 실제로 자주 발생합니다.
평면도는 단순히 방의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욕실을 거쳐 주방으로 가고, 손님이 왔을 때 현관에서 거실까지 이동하는 모든 일상의 동선이 이 도면에 담겨 있습니다.
- 현관 구조 — 신발장 위치, 손님용 영역 분리 여부
- 주방 형태 — 독립형 / 오픈형 / 반독립형
- 거실·주방·식당의 관계
- 화장실 위치 — 침실 전용 vs 공용
- 계단 위치 (2층 주택)
- 세탁실·다용도실 위치
- 장을 봐서 현관→주방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가
- 손님이 왔을 때 침실이 보이지 않는가
- 주방에서 거실과 마당이 동시에 보이는가
- 세탁 → 건조 → 수납 동선이 짧은가
- 아이 방과 안방 사이 소음은 괜찮은가
입주 후 가장 많이 후회하는 평면 결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세탁실 위치, 둘째는 화장실 수 — 가족이 3명 이상이라면 화장실 2개가 필수입니다. 도면상 면적이 아까워 줄였다가 완공 후 바꿀 수 없어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독주택은 층간 소음 문제를 설계 단계에서 미리 계획할 수 있습니다. 위아래 공간의 배치 관계를 설계 단계에서 잡지 않으면 구조가 완성된 뒤에는 바꿀 수 없습니다.
- 1층 거실 위에 무엇이 오는가 (2층 침실 vs 욕실 vs 복도)
- 계단 위치 — 소음 완충 역할 가능한 위치인가
- 안방 위치 — 조용한 영역에 배치됐는가
- 2층 욕실 위치 — 배수 소음이 1층 어느 공간으로 전달되는가
- 아이 방이 안방 바로 위에 있지 않은가
- 2층 욕실 배수관이 1층 거실 천장을 지나는가
- 현관·계단·복도가 소음 완충 구역으로 기능하는가
- 재택근무 공간이 소음이 적은 위치에 있는가
소음에 민감한 공간(침실·서재)은 소음 발생 공간(욕실·계단·주방) 아래 또는 옆에 오지 않도록 배치합니다. 이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 완공 후 층간 소음 불만의 70%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수납은 기본설계 도면에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방의 크기와 배치에 집중하다 보면 수납 공간은 "나중에 붙박이장 넣으면 되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붙박이장은 방 면적을 그만큼 잠식합니다.
- 현관 수납 — 신발장 규모, 우산·청소용구 수납
- 주방 팬트리 유무
- 각 방 붙박이장 위치와 깊이
- 복도·계단 하부 수납 활용
- 청소기·생활용품 수납 공간
- 다락 또는 지하 수납 공간 여부
- 이사할 때 가져갈 짐을 모두 담을 수 있는가
- 계절용품(캠핑·스키·자전거)을 어디에 두는가
- 쓰레기통·분리수거함 위치는 어디인가
- 어른 옷장과 아이 옷장을 각각 수납할 공간이 있는가
평면도에서 수납 공간이 명시되지 않으면 시공 단계에서 자동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어딘가에 넣겠지"가 아니라 도면에 위치와 크기가 표기되어야 합니다.
주차 공간은 법적 기준(세대당 1대 이상)을 충족하는 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실제 생활에서 차를 몇 대 사용하는지, 향후 전기차 전환 가능성, 방문객 주차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 주차 방식 | 장점 | 단점 / 고려사항 |
|---|---|---|
| 지상 주차 | 비용 낮음, 진출입 편리 | 대지 면적 소요, 미관 노출 |
| 필로티 주차 | 지상 면적 절약, 1층 활용 | 공사비 상승, 필로티층 단열 취약 |
| 지하 차고 | 보안·우천 편의, 마당 확보 | 공사비 가장 높음, 방수 관리 중요 |
- 현재 또는 향후 차량 대수 — 최소 2대 기준 권장
- 전기차 충전 콘센트 사전 배선 여부
- 방문객 1~2대 임시 주차 가능한 공간
- 주차 후 현관까지 비를 맞지 않는 동선
- 필로티 주차는 바닥 단열이 취약해 거실 바닥이 차가울 수 있습니다
- 지하 차고는 방수 관리가 핵심 — 설계 시 방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 전기차 충전 배선은 공사 중에 넣어야 나중에 추가 비용이 없습니다
마당은 단독주택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막연하게 "넓게"만 생각하다가 용도 없이 관리만 어려운 공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마당 용도 — 정원 / 텃밭 / 놀이 / 바비큐
- 데크 또는 테라스 위치·크기
- 옥상 활용 여부 (평지붕인 경우)
- 외부 수전·콘센트 위치
- 마당 배수 방향
- 반려동물 공간 (울타리·문 위치)
- 거실에서 마당이 바로 연결되는가
- 주방에서 바비큐 공간이 가까운가
- 아이 놀이 공간이 주방에서 보이는가
- 마당 잔디·조경 관리를 직접 할 수 있는가
마당이 넓을수록 유지관리 부담이 커집니다. 실제로 활용하는 만큼만 계획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데크를 넉넉하게 잡고 나머지는 쇄석이나 자연 지반으로 처리하는 방식도 관리가 쉽고 비용이 낮습니다.
채광과 통풍은 창호 계획과 연결되지만, 그보다 앞서 건물 배치와 평면 자체에서 결정됩니다.
- 처마 깊이 — 여름 차양 vs 겨울 일조 균형
- 교차 환기 — 맞통풍이 가능한 창 위치
- 천창(스카이라이트) 적용 여부
- 계단실 상부 채광 계획
- 욕실·주방 환기 방식 — 자연 vs 기계
- 여름 낮에 직사광선이 거실 깊숙이 들어오지 않는가
- 겨울 햇빛이 거실 바닥까지 닿는가
- 주방·욕실에 환기창이 있는가
- 에어컨 없이 창문만으로 여름 저녁을 버틸 수 있는가
남향 창의 경우 처마 깊이 = 창 상단 높이 × 0.5를 기준으로 하면 하짓날(태양 고도 75°)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동짓날(태양 고도 29°)에는 햇빛이 실내로 들어옵니다.
창은 클수록 조망과 개방감이 좋아지지만, 공사비·냉난방비·프라이버시·결로 위험이 함께 올라갑니다.
| 창 방향 | 특성 | 주의사항 |
|---|---|---|
| 남향 창 | 겨울 일조 최대, 조망·거실용 적합 | 여름 직사광선 — 처마·차양 필수 |
| 북향 창 | 균일한 확산광, 작업실·서재 적합 | 겨울 열 손실 — 단열 창호 적용 |
| 동향 창 | 아침 햇빛, 침실·주방 적합 | 오후 차갑고 어두움 |
| 서향 창 | 오후 햇빛 | 여름 서일(西日) 주의 — 실내 온도 급상승 |
서향에 큰 창을 계획하면 여름 오후 실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서향 창은 작게, 또는 루버·차양으로 반드시 차양 계획을 함께 수립해야 합니다.
건물의 형태와 외장재는 디자인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사비와 장기 유지관리 비용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 외장재 | 장점 | 단점 / 유지관리 |
|---|---|---|
| 스타코 | 비용 낮음, 다양한 질감 | 균열 발생 쉬움, 10년 주기 재도장 |
| 세라믹사이딩 | 내구성 우수, 색상 유지 | 비용 중간, 부분 파손 시 교체 필요 |
| 벽돌·파벽돌 | 고급감, 시간이 지날수록 멋 | 줄눈 방수 관리, 시공 기간 길어짐 |
| 징크(금속패널) | 고급스러운 외관, 내구성 | 비용 높음, 시공 숙련도 중요 |
| 노출콘크리트 | 독특한 디자인 | 시공 난이도 매우 높음, 발수제 관리 |
ㄱ자·ㄷ자·중정형 매스는 외벽 면적이 늘고 접합부가 많아져 공사비와 방수 관리 부담이 함께 상승합니다. 박스형 단순 매스가 비용과 유지관리 면에서 유리합니다.
40대에 집을 지으면 70대에도 그 집에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리어프리 설계는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나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기본설계 단계에서 반영하면 비용 추가가 거의 없지만, 완공 후 변경은 공사가 됩니다.
- 1층에 안방 배치 가능성
- 현관 단차 — 턱 없는 경사 진입 여부
- 화장실 면적 — 휠체어 회전 반경 확보
- 복도 폭 — 최소 900mm 이상
- 계단 경사도와 손잡이 위치
- 욕실 안전 손잡이 매립 보강 위치
- 부모님이 함께 살거나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가
- 1층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구조인가
- 20년 후 계단을 매일 오르내릴 수 있는가
- 욕실에 나중에 손잡이를 붙일 수 있는 보강이 있는가
욕실 벽체에 보강 합판을 미리 매립해두는 비용은 5~10만 원 수준입니다. 완공 후 손잡이를 설치하려면 타일을 뜯어내고 보강을 해야 해서 수십만 원이 됩니다.
기본설계 도면이 완성되면 개략 공사비를 산출할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 예산과 설계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직 평면·규모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 현재 설계 기준 개략 공사비 확인
- 예산 초과 시 줄일 수 있는 항목 우선순위
- 마감 수준 — 표준 / 중상 / 고급
- 설계 변경이 발생할 경우 비용 변화 기준
- 향후 방 추가 가능한 구조인가 (다락·증축 가능성)
- 부모님 동거 시 독립 영역 분리 가능성
- 일부 임대 가능한 구조 여부
- 창고·작업실 나중에 추가 가능한 위치 확보
이미 진행된 설계 작업이 낭비되고 추가 설계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본설계 중반에 개략 견적을 한 번 확인하는 것을 건축사에게 요청하세요.
12가지 결정 항목 — 변경 가능 시기와 비용 영향
| 결정 항목 | 기본설계 후 변경 시 | 공사비 영향 |
|---|---|---|
| ① 건물 배치·방향 | 사실상 불가 — 인허가 재신청 | 매우 높음 |
| ② 규모·면적 | 실시설계 전까지 가능, 이후 어려움 | 직접 비례 |
| ③ 공간 구성·평면 | 골조 완성 후 불가 | 높음 |
| ④ 동선·층간 관계 | 골조 완성 후 불가 | 높음 |
| ⑤ 수납 계획 | 내장 공사 전까지 일부 가능 | 중간 |
| ⑥ 주차 계획 | 기초 전까지 가능, 이후 어려움 | 높음 (필로티·지하) |
| ⑦ 마당·외부 공간 | 착공 전까지 가능 | 중간 |
| ⑧ 채광·통풍 | 창 위치 변경 시 골조 영향 | 중간~높음 |
| ⑨ 창호 계획 | 창 크기·위치 변경 가능 (창호 발주 전) | 중간 |
| ⑩ 외장재 방향 | 실시설계 전까지 가능 | 중간 |
| ⑪ 배리어프리 | 골조 전까지 가능 (보강 매립) | 낮음 (초기 반영 시) |
| ⑫ 예산·확장 계획 | 언제든 가능하지만 설계 변경 비용 발생 | 가변적 |
"기본설계는 건축사의 제안을 보는 단계가 아닙니다.
건축주가 자신의 삶을 설계에 담는 단계입니다."
인우건축은 기본설계 단계에서 건축주님이 능동적으로 결정하실 수 있도록 각 항목을 함께 검토합니다. 도면 앞에서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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